잊을만 하면 시장이 효율적이냐 아니냐에 대한 열띤 토론이 오갑니다. 심지어 가치투자를 영위하는 사람들 모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가치투자자라면 저런 논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정말 쓸데없는 논쟁입니다.

"시장은 장기적으로는 실적에 대해 어느 정도 효율적이고, 단기적으로는 비효율적이다"

이것 이상 정확한 문구를 더 이상 찾을 수 없습니다. 즉, 시장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비효율적이지도 않습니다. 투자는 예술이고 답이 없는 행위인데 자꾸 이분법적으로 답을 찾으려고 하니 싸우고 헐뜯고 답도 안 나오는 투자를 하게됩니다.

투자는 물 흐르듯이 해야합니다. 코딩하듯이 단돈 1원이라도 칼같이 맞추려고 하면 절대로 투자를 못합니다. 뭐든 유들유들하게 유하게 하면 됩니다. 큰 방향성만 맞으면 됩니다.

왜 그런가 한번 짚고 넘어가보겠습니다.

일단 데이트레이더, 스캘퍼, 스윙어 등 단타 투자자들은 시장과 관계없이 심리에 의한 초단기적인 주가 차액 따먹기를 하는 사람들이니 이 사람들은 배제하겠습니다.

그렇다면 큰 범주에서 투자 방식은 서너가지가 남습니다.

가치투자(value investing) : 성장이든, 자산이든 회사의 원래 가치를 보고 현재 주가가 저평가 됐을때 투자해 회사가 제 가치를 찾을 때 까지 홀딩하는 전략

추세추종(trend following) : 주가에 모든 정보는 반영됐다고 믿는 사람들로 철저하게 오르면 매수, 내리면 매도를 하는 사람들, 수많은 손절매를 하며 추세가 깨지기 전까지 홀딩

모멘텀투자 : 시장의 정보 불균형을 이용해서 단기간에 주가가 턴어라운드 또는 이익이 급등하리라는 점을 믿고 투자하는 단기 투기적 방식

자, 그럼 가치투자자들 부터 보겠습니다.

가치투자자는 시장의 단기적인 비효율성을 이용해서 매수하고, 시장의 장기적인 효율성을 이용해서 홀딩 또는 매도합니다.

한국 대표기업 삼성전자를 케이스 스터디 대상으로 가져오겠습니다.

첨부하는 이미지들은 원본 크기가 작아서 흐리게 나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출처 : 증권통 애플리케이션

삼성전자의 15년치 분기별 자본-부채 추이입니다. 삼성전자의 자본총계는 꾸준히 상승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00년에는 20조 정도 되던 자본총계가 2015년 2분기에는 180조 정도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출처 : 증권통 애플리케이션

삼성전자의 15년치 매출과 순이익 성장 그래프입니다. 장기간 매출과 이익이 성장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글을 쓰는 당시 기준년도인 2015년에는 2013년 이후로 실적이 둔화되고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실적이 우상향하고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증권

2015년까지 삼성전자의 10년치 장기적인 주가 흐름입니다. 분홍색 60개월 이동평균선이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습니다. 자본총계와 매출, 영업이익의 성장에 힘입어 회사가 장기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시장이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시장은 시장효율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기적인 주가 흐름은 시장의 실적(특히, 당기순이익+자본총계)을 따라갑니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어떤 회사라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렇게만 생각하면 투자란 정말 단순한 행위입니다. 장기적인 미래에 이 회사의 이익과 자본총계가 늘어날 것인지 그 방향성만 맞추면 됩니다.

출처 : 네이버 증권

삼성전자의 단기적인 주가 흐름입니다. 주가가 요동칩니다. 시총이 수십조씩 생겼다가 사라지는 현장입니다. 실제 회사가 단기간에 저렇게 커졌다가 작아지는건가요? 아마도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인 주가 흐름은 사람들의 심리, 단기적인 뉴스, 단기적인 실적, 루머, 찌라시, 큰손의 마음 등 온갖 휩쏘들이 뒤섞여서 반영됩니다.

가치투자자는 바로 여기에서 기회를 찾습니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출렁일 때 매수합니다. 그러니 가치투자자는 시장을 단기적으로는 비효율적이라 보고,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실적을 반영한다는 효율성을 믿는 양면적 성향을 가져야합니다.

반면, 추세추종가들은 시세가 가장 빠르고 정확한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시세에 모든 정보가 녹아있다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추세가 돌파하면 매수하고 주가가 오르면 매수합니다. 주가가 내리면 매도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시장이 효율적이라고 믿습니다. 모든 정보는 즉각 시장에 반영된다고 믿습니다.

잠깐. 이들 이론에 이상한점이 느껴집니다.

주가가 가장 최신 정보이고 모든 정보는 즉각 시장에 반영된다라... 이 논리 자체에 결함이 있는 듯 합니다.

왜냐면, 주가가 형성 되려면 매도자와 매수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만나는 지점이 현재 주가가되는데, 이들 말대로 모든 정보가 시장에 즉각 반영된다면 거래 자체가 발생하지 않아야 됩니다.

호재 뉴스가 뜨면 이는 즉각 시장에 반영되고 매도자의 매물은 싹 사라져야하는데 이렇게 되면 어떻게 거래가 발생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추세추종가들도 시장의 효율성에 입각한 큰 추세의 과실을 따먹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시장 비효율의 편에 있는 사람들의 반대 포지션 덕분에 거래가 발생하는 것을 잊으면 안됩니다.

턴어라운드를 노리는 모멘텀 투자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의 정보는 즉각 반영되지 않고 비효율적입니다. 그러므로 모멘텀 투자가들의 선취매가 가능한 것입니다. 정보는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에 퍼져나갑니다. 단기적으로 주가는 정보를 반영합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그 정보가 실적에 연결되는지 탐색전을 벌입니다. 따라서 시간이 갈수록 시장은 효율적으로 변합니다.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비효율적이고 장기적으로는 실적에 대해 효율적입니다.

이건 어떤 투자 방식을 쓰든 만고불변하는 원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