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KEEP!T History: 비트코인의 발행량이 2100만개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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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혁명의 선구자들

인간은 같은 현상을 목격하고도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19세기를 살아가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죠. 19세기의 하부구조를 뒤흔들었던 산업혁명을 보고 당시의 사람들은 상이한 현실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들 중 일부는 로버트 오언이나 칼 마르크스처럼 산업혁명의 어두운 단면에 가려진 사람들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고, 또 다른 일부는 산업혁명의 긍정적인 면을 보고 리카도처럼 자본가 계층의 육성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말하게 될 한계혁명은 특이하게도 그런 흑백논리와는 조금 동떨어져있는 개념입니다.

그렇다면 먼저 한계혁명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한계효용이라는 개념에 대해 알아봐야겠죠. 한계효용이란 n+1의 가치, 즉 현재의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얻어지는 가치를 의미합니다. 예컨대 저녁식사시간에 맞춰 우리가 밥을 먹는다고 가정했을 때, 한 그릇의 효용과 한 그릇에서 다시 한 그릇을 더 먹었을 때의 효용은 분명 다릅니다. 당연히 밥을 한 그릇씩 더 먹을 때마다 그 효용은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원리를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이 원리는 19세기 중반의 경제학자 고센이 최초로 주장한 이론입니다. 그래서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은 고센의 제1법칙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의 경제학자 쿠르노는 경제학에 함수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그동안 주로 사회적/철학적으로 접근했던 경제학을 수학적으로 바라보고자 노력했습니다. 모두 기존의 노동가치설이나 생산자VS소비자의 프레임을 벗어난 새로운 시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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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학파의 아버지 칼 멩거

그리고 얼마 후 본격적으로 이 한계혁명의 문을 열어젖힌 사람들은 바로 제본스와 왈라스, 멩거였습니다. 그중에서도 멩거는 오늘날 오스트리아학파의 아버지라 불릴 정도로 오스트리아학파의 원형이 되는 이론들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그도 노동가치설을 받아들이는 사람 중 한명이었지만, 오스트리아의 공보관으로 일하던 도중 경제변동 및 가격변동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이내 생각이 바뀌게 됩니다. 노동가치설에 따르면 노동량이 증가했을 때 그만큼의 가격상승이 일어나야했는데, 실제가격의 변동은 예상했던 가격변동과 큰 차이가 났던 것입니다. 결국 이 문제를 기존의 노동가치설로 풀어낼 수 없었던 멩거는 가격이 노동량에 의해 매겨지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선호에 따라 매겨진다는 주관적 가치론을 주장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재화 및 서비스의 가격이 절대적 요소에 따라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한계효용에 의해 결정되고, 그 한계효용의 크기가 개인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것이죠. 좀 더 거칠게 비유해서 우리가 경매를 통해 물품을 받으려 할 때 만든 사람의 노동 가치를 고려하기보다는 이 상품이 얼마만큼 경매인들에게 필요한지에 따라 가격의 증감이 결정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알프레드 마셜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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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마셜

지금까지 한계혁명의 기틀을 다진 인물들을 소개해드렸지만 경제학에서 한계혁명을 대표하는 인물은 항상 알프레드 마셜로 소개됩니다. 그만큼 마셜은 기존에 나왔던 한계혁명 선구자들의 이론을 집대성하고 현대경제학의 초석을 마련한 인물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산업혁명을 바라보았던 알프레드 마셜의 시각이 사실상 저번 편에 말씀드렸던 칼 마르크스와 비교했을 때 별 차이가 없다는 것에 있습니다. 마르크스가 산업혁명 속에서 일어났던 어두운 단상을 목격했던 것처럼 마셜도 젊은 시절 런던의 빈민가를 걸어 다니며 그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직접 몸으로 느꼈던 것이죠. 다만 마셜의 경우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이 마르크스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노동자는 노동을 함으로써 희생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지만, 그 이윤창출의 과정이 진정 노동에서만 나오는지 반문합니다. 예컨대 하나의 상품을 만들 때 노동자는 자연의 물질을 가공해서 이윤을 창출하지만 기업가는 각종 인프라와 자금을 해당 물질에 투입합니다. 그리고 기업가의 돈은 당장의 쾌락을 위해 쓸 수도 있지만 그에 대한 기회비용을 감수하고 해당 물질에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마셜은 이것을 ‘기다림에 의한 보상’이라고 표현하며 상품의 가치에는 노동자, 기업가, 자본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존재함을 주장했습니다.

또한 한계혁명 선구자들의 이론을 더욱 체계화시켜서 그 위에 탄력성이라는 개념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탄력성이란 어떠한 한 상품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만큼 반응하는지를 나타내는 반응도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스팀코인의 가격이 올랐을 때 사람들이 스팀코인을 더 이상 사지 않을 경우 스팀코인의 수요는 탄력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가격변동에 상관없이 스팀코인에 대한 매수량이 같다면 스팀코인의 수요는 비탄력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마셜은 탄력성의 개념을 통해 상품간의 상호보완성을 논리적으로 밝혀내고자 했습니다. 소주의 한계비용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도가 민감하게 움직인다면 그 소주를 대체할 다른 주류들이 많다는 의미라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여기에 장기적 관점과 단기적 관점이라는 시간개념을 도입해서 상품은 단기적으로 비탄력성을 가진다하더라도 결국 장기에서는 탄력적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원유 값이 폭등하면 이를 대체할 마땅한 물질이 없으므로 가격이 올라가도 소비자들이 그에 따른 대응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이 상태에서는 원유가 비탄력성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장기에서 봤을 때 사람들은 차를 타는 대신 지하철을 타거나, 집안에 보일러를 트는 대신 전기장판을 이용하는 식으로 나름의 대응을 하게 됩니다. 그럼 이 경우에는 이제 반대로 소비자들이 대체제를 스스로 만들어냄으로써 탄력성이 생기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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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마셜은 초기한계효용학파의 수학적 특성을 살려내 그것을 실생활에 도입하는 실험을 성공해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수학적 특성에 따라 실생활에 적용하는 방식이 조금 독특했습니다. 그는 탄력성을 비롯한 경제학의 모든 원리를 설명할 때 항상 변수를 제거하고 몇몇 조건만 남기는 방식을 썼는데, 이런 그의 방식을 ceteris paribus(세테리스 파리부스)라고 부릅니다. 라틴어로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뜻을 가진 이 방식으로 인해 교육과 데이터 측면에서의 경제학이 급속도로 발달하게 됩니다. 경제학 입문 책을 보면 맨 처음 나오는 그래프가 그 유명한 공급과 수요곡선인데요. 이 그래프 역시 x축과 y축에 산출량과 가격이라는 두 가지 조건만을 가지고 간단하게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세테리스 파리부스방식으로 정량적 데이터를 쌓은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에 최초의 경제학과를 창설하게 됩니다. 현대경제학의 시작이죠. 그리고 그는 오늘날 대학에서 경제학과를 가면 필수적으로 배우게 되는 미시경제학의 아버지로도 이름을 남기게 됩니다.

암호화폐와 한계이론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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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마셜로 대표되는 한계효용학파의 핵심원리는 암호화폐의 근간이 되는 원리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비트코인의 발행량은 왜 처음부터 2100만개로 정해져있던 것일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계효용의 관점에서 보면 수량을 2100만개로 정해놓았을 때 희소성이 명확하게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또한 나카모토 사토시는 2100만개의 비트코인을 블록에 넣을 때 일정한 양을 계속해서 넣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수량을 줄여나가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약4년에 1번씩 반감기를 적용해서 비트코인의 공급을 절반씩 축소해나가는 것입니다. 이는 초기에 발행량을 느슨하게 하여 화폐의 초기융통을 원활하게 만들어주고, 후반기에는 발행량을 축소해서 화폐의 누적량에 의한 가치감소를 방지하는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한계효용체감의 원리를 발행량 감소로 교묘하게 피해가면서도, 한도를 2100만개로 정해놓는 희소성을 살림으로써 오히려 그 가치를 높여나가는 것이죠. 나카모토 사토시는 나중에 이와 같은 경제적 원리가 정착되면 발행량이 0에 수렴해도 거래수수료만으로 충분한 보상을 얻을 수 있게끔 설계도를 만들었습니다. 현대 종이화폐의 단점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발행량 무제한에 의한 화폐가치 감소인 것을 감안했을 때, 앞으로 새롭게 태동할 암호화폐는 종이화폐의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한계이론의 원리는 이윤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비용에도 한계의 원리가 적용됩니다. 한계개념을 비용에 적용하면 생산량을 한 단위 증가시켰을 때 필요한 생산비용의 증가분이 되는데요. 예컨대 빵 2개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2000원이라 가정했을 때 빵 하나의 비용은 2000/2로 1000원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한계개념을 도입하여 빵 3개째를 만들 때의 총생산비용이 2800원이라 하면, 한계비용은 2800(3개 째의 총비용)-2000(2개 째의 총비용)이 되어 800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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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from: https://praxtime.com/2013/12/16/average-is-over-could-use-more-zero-marginal-cost-economics/

이런 식으로 한계비용을 n+1, n+2, n+3…으로 길게 쭉 늘어뜨리면 위의 초록색 곡선과 같은 모습이 나타나게 되는데요. 직관적으로 생각해보았을 때 전통적인 한계비용곡선이 u자 형태로 나타나는 이유는 기업의 경영과정을 살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초기에 기업가가 생산을 시작하면 새로운 기계와 탄력적인 인사관리로 한계비용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나 특정시점을 지나면 기계도 낡게 되고 기업의 덩치가 커지기 때문에 인사관리 역시 전처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이 시점을 지나면 한계비용은 점점 증가하게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언제까지나 전통적인 생산물에 의한 한계비용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앞으로의 생산물은 지금까지의 생산물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한계비용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한 기술집약적인 환경에서는 생산비용이 급격하게 낮아지기 때문에 이른바 ‘한계비용 제로’의 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아예 이 한계비용 제로를 주제로 한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거기서 그는 인터넷 인프라의 발달과 함께 우버, 에어비엔비로 대표되는 공유경제체제가 구축되어 한계비용은 0에 가깝게 수렴하고 인간들은 지금보다 더 풍요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우버나 에어비엔비의 경우 기업의 마케팅방식이 공유경제일 뿐, 근본적인 기업구조나 수익창출방식은 중앙적인 방식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점이 있습니다. 일례로 공유택시의 명분을 가지고 등장한 우버는 일각에서 택시기사의 실업을 늘리는 주범이라며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블록체인 생태계가 구축되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택시기사와 승객의 직접적인 이윤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한계비용이었던 중개비용은 사라지게 됩니다. 전통적 거래과정에서 발생했던 중개비용이 0에 수렴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현실적인 부분에서 블록체인은 아직 이 모든 거래과정에 대한 확장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이므로 좀 더 가시적인 성과가 나와야할 문제이겠지만, 그에 대한 문제의식과 사상적 근간을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블록체인 상용화에 대한 장애물을 효과적으로 걷어내고, 그 속에서 한층 더 발달할 효용성의 가치를 기대하며 오늘 글을 마쳐보겠습니다. 이상 KEEP!T이었습니다.

SH

참고문헌
Alfred Marshall, Principles of Economics
[오스트리아 학파 이론 I] 카를 맹거의 주관주의 가치론
토드 부크홀츠 저, 이승환 역,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김영사
그레고리 맨큐 저, 김경환, 김종석 역, 맨큐의 경제학, 교보문고
제레미 리프킨 저, 안진환 역, 한계비용 제로 사회,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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