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경제] 일회용 커피 컵에 부담금을 부과해야 하는 이유 - 행동 경제학의 설명

금세기가 시작된 이후, 영국 내 커피숍 수는 4배나 늘었고, 슈퍼마켓과 주유소 등지에서도 테이크아웃 커피를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연간 약 25억 개의 커피 컵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이런 컵은 기술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지만, 실제 재활용되는 수준은 0.25%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영국인들이 악해서 일부러 커피 컵을 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커피 컵을 어찌 재활용할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커피 컵 내부는 액체를 담기 위해 비닐 코팅이 되어있기 때문에,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내부 비닐 코팅과 외부 종이 재질을 분리할 수 있는 특수 설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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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국에는 이런 설비가 단 세 곳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커피 컵은 거리 쓰레기 통과 사무실에서 다른 재활용품과 혼합되어 이들을 더럽힙니다.

영국의 일부 커피숍에서는 고객이 재사용 가능한 컵을 사용하면 종종 0.25파운드를 할인해 줍니다(이번 주 ‘Pret a Manger’에서는 할인 액을 0.50파운드로 올렸습니다).

하지만 최근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내에서 이런 할인이 적용되어 판매된 커피는 단 1~2%에 불과하며, 전반적인 할인의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제 당근은 내려놓고, 채찍을 들 시간을 온 것 같습니다.

쓰레기와 오염을 줄이고, 유엔이 권고한 지속 가능한 목표를 맞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영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일회용 커피 컵 사용에 부담금을 부과할 계획이며, 이 부담금은 최소 0.25파운드(약 361원)로, 이를 “라떼 부담금”으로 부를 예정입니다.

또한 영국 환경 감사위원회의 의회 위원들은 영국 정부가 2023년까지 영국 내 모든 일회용 커피 컵을 재활용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라고 권고했습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일회용 커피 컵 제공은 전면 금지될 것입니다.

지난해 행동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는 왜 인간은 최선의 이익을 위해 항상 합리적 결정을 내리지 않는지 그 이유를 설명한 업적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가 하버드 법학 대학원 캐스 선스타인 교수와 함께 쓴 책 “Nudge(번역서: 넛지)”는 세계 각국 정부들이 시민들에게 선택 결정의 자유를 주면서도 더 나은 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책 시행하도록 유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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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결정의 선택을 더 어렵게 만든 것입니다. 영국 정부는 이 아이디어를 전적으로 수용해 정부 내에 행동 통찰력 팀이라는 넛지 부서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은퇴를 위해 저축할 수 있게 했고, 기한 내에 세금을 납부하도록 했습니다.

행동 경제학과 심리학에서 소위 "라떼 부담금"이 현재 할인 정책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는 이유를 두 가지 이론으로 설명합니다. 바로 손실 혐오(loss aversion)와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입니다.

손실 혐오 이론은 사람들이 손실로 인해 느끼는 좋지 않은 감정이 이익으로 인해 느끼는 좋은 감정 보다 두 배나 크다는 것입니다. 손실과 이익의 규모가 같아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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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회용 컵 사용에 0.25파운드를 더 낼 때, 재활용 컵을 가져오면 0.25파운드를 할인받는 것보다 훨씬 더 손실로 느낀다는 것입니다.

또한, 부담금 부과는 "앵커링 효과"라는 개념 때문에 더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우리는 보통 커피를 사면서 지불하는 가격에 “앵커”라는 기준점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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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부담금이 추가돼 커피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은 할인을 받아 이익을 얻은 것보다 세금을 내서 손실을 입었다는 생각으로 이를 메우기 위해 두 배 더 열심히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 손실 혐오나 앵커링 효과 중 어느 하나만 적용되지만, 커피 컵의 경우 두 이론은 동시에 작동합니다.)

이 모든 것을 보면, 이론적으로 고객들은 재활용 컵을 사용해 할인 혜택의 이익을 얻으려고 했던 것보다, "라떼 부담금"이라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더 크게 될 것입니다.

위 보고서에서 인용한 추정에 따르면, 일회용 컵 사용에 부담금을 부과하면 일회용 컵 사용이 30%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일회용 커피 컵 부담금이라는 아이디어는 영국에서 2015년부터 비닐봉지에 0.05파운드의 부담금을 부과한 데서 영감을 얻은 것입니다. 시행 첫해 비닐봉지 사용량이 80% 이상 감소했습니다.

넛지에서 말한 것처럼 "사람들은 다소 어리석고, 수동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도 손실 혐오라는 인간의 뿌리 깊은 성향을 활용해 상황을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면, 전과 후에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출처: Quartz, "The behavioral economics that explain why we need a tax on disposable coffee cu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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