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KEEP!T Column: 인류 역사 속 작업 증명의 가치, 그리고 비트코인

이 컨텐츠 출처는 KEEP!T (https://steemit.com/@keepit)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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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T Column


비트코인의 합의 프로토콜 작업 증명(Proof of Work)의 뿌리와 정당성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역사의 유물들을 살펴보면 인간의 노동으로 부여받는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먼 과거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태초에 작업 증명이 부여했던 가치는 현대 사회의 장신구에 대한 선호도로 발달되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번 킵잇 칼럼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풀어가보려고 합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설계와도 맞닿아 있는 작업 증명 기반 화폐는 어떻게 시작되었고, 무슨 계기로 알려지게 되었으며, 어떤 형태로 진화하여 발전하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작업 증명 기반 화폐의 시작


17세기 대영제국의 식민지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화폐 유동성이 부족했습니다. 식민지 내의 농부(아메리칸 인디언)들이 더 열심히 일하게 하기 위해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식민지의 농부들일지라도, 그들의 노동에 대한 경제적 이익을 보장해줄수록 결국 더 큰 수확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죠. 개척자들은 인디언들의 노동력을 싼 값에 사들여, 큰 이익(담배/조선 등)을 누리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개척자가 인디언에게 경제적 이익을 "어떻게" 돌려줄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았습니다.

그냥 단순히 금과 은 같은 귀중품을 돌려주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것은 여의치 않았습니다.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사용하는 화폐가 개척자의 것과는 아주 달랐기 때문이죠. 유럽인들은 나라에서 보장하는 유명 인사의 얼굴이 찍힌 금속 화폐를 사용했지만, 인디언들은 무언가 골동품스러운 물건을 화폐로 사용했습니다. 일상 생활,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하고 볼품없어 보이지만 희귀한 것들을 이용했는데요. 그들은 의식주를 위해 잡은 동물의 튼튼한 골격이나 조개 껍질을 이어 붙인 팬던트 따위의 것들을 화폐로 생각했습니다.

인디언들이 화폐로 사용했던 조가비 구슬(wampum)을 이어 붙인 목걸이(팬던트)는 비트코인의 작업 증명과 닮아있습니다. 바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조개 내의 구슬을 이어 붙이면, 실물가치를 지닌 화폐가 됩니다. 비록 조가비 구슬 각각의 것들에는 큰 가치가 없지만, 이것을 모아 목걸이를 만드는 과정에는 인간의 노동이 필요합니다. 그 노동의 가치만큼을 목걸이가 지니게 되는 것이죠. 이 목걸이는 인디언 부족들 사이에서 거래의 수단이 되었으며, 그 길이가 개인의 부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영국인들은 이 팬던트를 중간 화폐로 이용해 식민지 화폐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게 됩니다. 초기에는 영국-아메리카 은행까지 만들어가며 적극 화폐 교환을 장려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서양의 문물이 들어오며, 팬던트의 제조 기술이 발달되어 그 가치를 잃어갔습니다. 결국 희소성을 지닌 금과 은으로 화폐가 대체되기 시작하면서, 아기자기했던 팬던트 화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됩니다.

작업 증명 기반 화폐의 종류와 역사


작업 증명의 성질을 가졌던 화폐들은 팬던트만이 아닙니다. 모피, 이빨 등 다양한 것들이 화폐의 성격을 가지고 교환의 매개로 사용되었습니다. 예술작품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그것들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제작되었으며, 그러한 작업들은 실물 가치를 보증 받았습니다. 예쁜 골동품들은 어떤 집단에서 화폐로 사용되었으며, 그 화폐의 가치는 "재료"의 희소성이 아니라 "노동"의 제약으로 보증되었습니다.

이러한 작업 증명 기반 화폐의 역사는 꼭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이야기만은 아니었습니다. 유럽 문명에서도 껍질과 이빨들을 화폐로서 사용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있습니다. 아시아도 마찬가지로 가짜 도끼를 만들어 화폐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1990년, 케냐에서 4만년 이상의 역사를 품은 타조 알 껍질, 껍질 조각으로 이루어진 구슬들의 창고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스페인에서도 역시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동물 이빨을 이어 붙인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최근 남아공에서는 그보다도 오래 된 것으로 추정되는 껍질 목걸이가 발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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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푸아뉴기니에서 쓰였다고 하는 껍질 목걸이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제작에는 각각의 조개 껍질들의 가공과 구슬형태로 꿰어내는 인간의 노동이 필요합니다.

왜 우리는 장신구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이러한 작업 증명 기반 화폐의 역사로부터 우리는 한가지 사실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왜 장신구를 선호하게 되었을까요? 왜 인간을 귀금속을 몸에 장식하는 것을 "아름답다"고 느끼도록 진화하였을까요?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모든 선호도는 이유가 있습니다. 여성과 남성의 아름다움의 기준이 시대가 흐를수록 변화하였듯이, 사회적 지위와 부의 기준이 사회의 수준에 따라 변화하듯이 인간 공동체의 인식은 어디론가 방향성을 가지고 변화해왔습니다. 보석과 같은 장신구에 대한 인식 역시 어떠한 모멘텀을 가지고 진화해왔을 것입니다.

이에 한가지 가설을 세워볼 수 있습니다. 작업 증명 기반의 화폐의 역사가 그 장신구의 대한 선호를 이끌었다는 것이죠. 작업 증명 기반의 화폐는 대체로 목걸이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그 목걸이들은 당시의 기술력으로도 충분히 가공할 수 있고, 또 주변에서 구할 수 있었던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낸 것들이었습니다. 재료 그 자체의 가치보다는, 인간의 노동으로부터 가치가 부여되었던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이러한 원시적 형태의 화폐로 사용되었던 장신구는 결국 부의 상징으로 발전하였을 것이며, 이에 대한 인간의 인식 역시 호의적으로 진화해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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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유전자는 긴 역사를 통해서 진화해왔습니다. 후각과 미각에 대해서도 진화론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짧은 검색을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비트코인의 투박함이 왕좌를 허락했는지도 모른다


블록체인에 대해 바라보는 관점은 모두들 다를 것입니다. 특히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막강한 위용을 뽐내는 비트코인이라는 기축통화에 대해서 가지는 인식은 더더욱 다채로울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마 흔히들 비트코인의 기술은 투박하고, 시대에 뒤쳐져 있으며, 언젠가는 대장의 지위를 내려놓지 않겠냐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놓치고 있는 사실 또한 명확히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투박함을 비추는 작업 증명은 인류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인류는 여전히 보석과 같은 장신구에 높은 선호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쁘니까 그런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셨다면,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왜 그것은 그 자체로 아름다워 보일까요? 단순히 반짝반짝 빛나서였다면, 세상에 빛나는 물질은 많습니다. 왜 하필 금과 은이었을까요? 또 그 중에서는 왜 하필 가공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다이아몬드가 가장 높은 가치와 선호도를 가지게 되었을까요. 이는 장신구가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가 작업 증명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진화론적인 가설을 받아들인다면 이해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위 가설대로라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비트코인의 작업 증명에도 친숙함을 느끼게 되어 있습니다. 블록체인이라는 "체인" 개념도 어딘가 익숙하겠군요. 그렇다면 우리는 결국 비트코인에 대해 막연한 호감을 가지게 됩니다. 작업 증명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저 어딘가 머리 깊숙한 곳 어딘가에는 강하게 뿌리내린 익숙한 것이니까요. 비트코인의 개념을 처음 이해하셨을 때, 비전에 대한 믿음이 생기셨다면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봐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정말 그 믿음이 기술에 대한 순수한 믿음이었는지, 아니면 막연한 감각에 의존한 믿음이었는지요.

"누군가 노동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무언가는 가치가 있다."



Slee

참고자료


Critique of Buterin’s “A Proof of Stake Design Philosophy”
Shelling Out: The Origins of Money
Wikipedia: Shell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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