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면접 후기] 조 디마지오의 사랑

1914년 11월 25일 전설 조 디마지오 태어나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유명한 대사가 있지. “'''오늘도 당연히 양키스가 이겼을 거다. 양키스에는 그 위대한 조 디마지오 선수가 있잖니. 그러니 양키스가 졌을 리가 없어.” 위대한 디마지오. 야구에 별반 관심이 없는 너는 잘 모르겠지만 조 디마지오의 이름은 미국 메이저 리그 역사에서 유성 매직으로 쓰여진 이름이야. 그가 세운 56경기 연속 안타 기록은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 있지. 또 대공황이라는 크라켄이 온 미국을 휘감고 있던 시기 디마지오의 활약은 미국인들에게 큰 위안을 줬어. 당시 미국인들의 인사가 “오늘도 디마지오가 안타를 치겠죠?.”가 인사였다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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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연속 안타 기록을 이어가던 어느 날, 좀도둑이 디마지오의 배트를 훔쳐갔어. 다른 선수 것을 빌려서 안타를 치긴 했지만 영 껄쩍지근한 일이었지. 야구 선수에게 자신의 배트란 팔다리 다음으로 몸에 익은 도구니까. 야구장 장내 아나운서가 나서서 방송을 한다. “배트 도둑께 알립니다. 지금 디마지오의 배트를 가져와 주시면 포장도 안뜯은 새 배트 여섯 개를 드립니다.” 이 거래(?)에 도둑이 응해서 디마지오는 자신의 배트를 찾았고 마침내 56경기 연속 안타의 기록을 세웠다는 일화도 있어.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 노인이 디마지오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데에는 디마지오 자신 어부의 아들이었던 이유도 있을 거야. 디마지오는 1914년 11월 25일 시칠리아 출신의 이탈리아 이민의 아들로 태어났고 디마지오의 아버지는 태평양에서 고기잡는 일로 종생했거든. 영어도 제대로 못해서 사람들 틈에 끼는 걸 싫어했다는 디마지오의 아버지는 아들 디마지오에게 타고난 수줍은 성격과 튼튼한 체력을 물려 줬지. 대공황 때 학교를 때려치우고 부두에서 통조림 나르고 짐을 싣고 하는 막일을 해야 했던 이 이탈리아 청년은 야구에 입문한 뒤 천재적인 실력을 발휘하며 스타덤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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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야구 얘기하려는 건 아니니 이쯤 해 두고, 알다시피 이 사람은 세기의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의 남편으로도 유명해. 일단 둘이 결혼한 시점을 보면 그 결혼이 그다지 순탄치 않을 듯 하다는 느낌이 들지. 마릴린 먼로는 그야말로 떠오르는 태양이었지만 조 디마지오는 은퇴를 한, 즉 서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는 했지만 엄연히 지는 해였으니까. 그 뿐이 아냐. 둘 다 대스타였고 마릴린 먼로는 그 스타성을 아낌없이 발휘하고 자신 앞에서 열광하는 대중을 보며 삶의 희열을 느꼈지만 조 디마지오는 자신이 스타라는 걸 은근히 피곤해하는 식이었거든. 그가 죽은 다음 공개된 일기에서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한 40경기 연속 안타만 치고 말 걸. "(If I thought this would be taking place, I would have stopped the hitting streak at 40 )

<대부>나 기타 이탈리아 사람들을 그린 영화, 또는 이탈리아 영화들을 보면 흡사 우리가 ‘한국의 어머니상’이라고 부르는 모습과 싱크로율 높은 ‘어머니’들을 발견하게 되지. 이른바 현모양처들. 그리고 자식에게 무한 헌신하고 잘난 척은 하늘을 찌르는 남편들 사고 뒷수습까지 다 하는 그런 캐릭터 말이야. 조 디마지오도 이탈리아 핏줄이고 아홉 남매를 세심히 거두는 어머니를 보고 자랐으니 마릴린에게도 그런 아내를 기대했겠지. 차제에 영화 배우같은 일 그만 두고 집에 들어앉아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자신을 위해 스파게티도 해 주는 아내를 바랐을 거고 말이야. 하지만 상대가 누구냐. 천하의 마릴린 먼로였단 말씀이야.

둘은 신혼 초부터 부딪쳐. 일본 신혼 여행을 왔을 때 한 미군 장교가 마릴린 먼로에게 한국에서 고생화는 미군들을 위문해 달라고 요청하지. 디마지오는 정중하게 자신들이 신혼여행 중임을 밝히며 거절했는데 미군 장교는 디마지오에게 이렇게 대답했다고 해. “저는 부인께 여쭌 겁니다만 (당신은 필요없다네)” 마릴린 먼로는 단호히 예스라고 답하고는 신랑 일본에 떨궈 놓고 한국 가는 비행기를 탔다. ‘그레이트 디마지오’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남자가 돼 호텔방에서 독수공방을 해야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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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버리고 온 한국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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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의 상징처럼 남아 있는 사진 알지? 지하철 환풍구 위에서 바람에 날리는 치마를 어쩔 줄 모르는 그 모습. 그 사진이 공개된 뒤에도 둘은 대판 싸웠다고 해. 디마지오로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었나 봐. “이봐 이젠 당신은 유부녀라고. 어디 길거리에서 치마를 날리고 앉았나?” “일이라구요. 일. 당신에게 야구가 일이었듯이 이게 내 일이라구요.”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디마지오가 활달무비의 먼로에게 말로 이겼을 리가 없지. 디마지오는 마릴린 먼로에게 폭력을 휘두르게 돼.

조금 벗어나서 이탈리아와 한국의 또 하나의 유사점은 가정폭력이 꽤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일 거야. 뉴스위크 한국판 기사에서 이런 걸 본 일이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가정폭력이 여전히 개인적인 문제로 간주되기 때문에 많은 사건이 언론에 제대로 보도되지 않고 묻혀버린다. 여성을 하찮게 여기는 이탈리아 문화를 탓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진다. 부부나 남녀간의 문제는 외부의 간섭이 없을 때 가장 잘 해결된다고 믿는 문화다. 게다가 여성들은 아무도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느끼거나 폭력을 중단하기 위해 누군가 어떤 일을 해주리라고 기대할 수 없을 때 도움을 요청하는 일조차 포기한다. ” 디마지오도 이탈리아 핏줄이었지. 심지어 배트를 들기도 했다니 미국인들에게 그렇게 우아하고 점잖고 단정하게 비쳐졌던 디마지오도 뜻밖의 야수를 숨기고 있었던 셈이야. 결국 둘은 9개월만에 이혼하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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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을 일삼는 자들의 이유가 “사랑하기에”인 경우는 허다하지. 하지만 디마지오는 조금 격이 달랐어. 자신과 너무 달라서 자신을 분노케 했고 끝내 자신에게 동화되지 않았으며 자신을 차 버렸던 여자였지만 디마지오는 그녀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 했단다. 마릴린 먼로도 후일 그와 재결합하려고 했던 걸 보면 디마지오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던 것 같아. 얼마 전 수천만원에 경매된 마릴린 먼로의 편지들 가운데에는 이혼 직전 디마지오가 간절하게 보낸 것도 있었어.

“사랑하는 그대(Dear Baby), 당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 어떤 것도 상관치 않고 마음 깊은 곳에서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소..... 당신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을 거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신이 눈물 흘리는 걸 보고 내 가슴은 찢어졌다오. (마릴린은 이혼 얘기를 TV에서 터뜨렸다는데)” 하지만 그런 디마지오의 매달림도, 친구 여배우 제인 러셀의 장문의 편지도 마릴린 먼로를 돌아세우지는 못했고 둘은 이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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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는 그 뒤로도 화려하지만 외로운 여배우로서의 삶을 살았고 대통령 이하 여러 사람과 염문을 뿌리며 지내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되는데 디마지오는 펑펑 울면서 그 장례식을 주관했어. “사랑하는 조. 내가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만 있다면 어떤 어려운 일일지라도 할 거예요. 당신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니까요.” 다시 이렇게 말하게 된 마릴린 먼로와 재결합하기 3일 전이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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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 장례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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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성질 못 이기고 아내를 두들겨 팼지만 성정이 악하지는 않았던, 그 자신 스타이면서도 더 걸출한 별빛에 짓눌려 되레 어둠 속으로 비켜서야 했던 조 디마지오는 평생을 수절하면서 살았어. 케네디 가가 마릴린을 죽였다고 굳게 믿었던 그는 케네디와 닮은 바람둥이(?) 클린턴에 적대감을 보일 만큼 ‘그런 류’의 인간들을 혐오했지. 수십 년 동안 마릴린 먼로의 묘에 시들지 않는 장미를 바쳤고 세상을 떠날 즈음에도 “이제야 마릴린 곁으로 갈 수 있게 됐군.” 하며 오히려 편안해했다는구나. 위대한 디마지오의 사랑은 한때 좀스러웠으나 결국은 위대하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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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연이란 게 참 그래. 평생을 두고 사랑한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자기를 진정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깨달았는데 갑자기 세상을 등져야 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리고 방황하고 돌고 돌아서 인생이라는 행로를 엮어 간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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